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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1.5℃의 문턱에 선 인류: '심리적 붕괴'와 '통계적 유예' 사이 “우리는 1.5℃를 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온도 초과를 막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초과를 어떻게 관리하고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의 책임자 카를로 부온템포 소장의 이 발언은 2024년 2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2개월 연속 1.5℃ 돌파’라는 충격적인 관측 결과가 발표된 정례 브리핑 현장에서 나왔다. 이 발언은 현재 인류가 마주한 기후 위기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시사한다. 2024년과 2025년, 지구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고온 현상을 겪으며 우리가 약속한 마지노선의 실효성을 묻고 있다. 2026년 이후의 시간도 별반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일시적 돌파가 일상이 된 시대 최근 몇 .. 더보기
02화. 생틸레르의 종탑과 이해관계자 경영(전략) [제1부 스완네 집 쪽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요 공간 콩브레에서 ‘생틸레르의 종탑’은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화자에게 종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마을의 어디서든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이정표이며,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시계이자, 콩브레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다. 현대 경영 전략의 관점에서 이 종탑은 기업이 지향해야 할 목적이자, 그 목적을 공유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표상이다. 과거의 경영이 주주라는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종탑의 높이를 수직으로 올리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그 종탑이 마을(사회) 전체에 어떤 울림을 주는지, 그리고 그 울림이 모든 구성원의 삶과 어떻게 정렬(Alignment)되는지를 수.. 더보기
‘탄소 상쇄’ 제도, '현대판 면죄부'를 넘어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작동한 탄소 상쇄(Carbon Offset) 제도가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습니다. 탄소 상쇄란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온실가스를 스스로 줄이지 못했을 때,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없앤 실적을 '돈을 주고 사서' 자신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 제도입니다. 최근 2025년 7월, 구체화한 유럽연합(EU)의 2040년 기후 목표와, 2024~2025년에 걸친 파리협정 제6.4조의 단계적 가동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그동안 '현대판 면죄부'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기존 탄소 상쇄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이것을 실질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재건하려는 국제 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제 시장은 부끄러운 과거의 '상쇄 1.0' 시대를 지나, '상쇄 .. 더보기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효율성의 역설: 완벽한 시스템은 왜 주체를 소외시키는가 20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여자》(1983년)는 예술적 광기를 둘러싼 실존의 고뇌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런 해석이 대체로 맞지만, 경영학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이 현대 경영 조직이 조직원(개인)에게 가하는 ‘상징적 폭력’의 지형도와 닮았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에리카 코후트(피아니스트)를 지칭하는 대명사는 대문자 ‘SIE(그녀)’와 소문자 ‘sie’로 구분됩니다. 이 대문자와 소문자의 대립을 경영학적으로 해석하면, 조직이 강요하는 ‘완벽한 시스템’과 그 아래에서 신음하는 ‘살아있는 주체’ 사이의 치열한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의 직장인이, 특히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 더보기
미국은 왜 품질 낮은 '베네수엘라 기름'에 집착하는가 셰일 혁명의 그늘: 미국 정유 산업을 지탱하는 '중질유'의 경제학 초중질유의 역설 일반적으로 원유는 채굴이 쉽고 정제가 간편한 '경질유(Light Crude)가 우수한 자원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력을 행사하면서까지 끈적거리고 불순물이 많은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에 욕심을 내는 것일까요. 물론 겉으로는 다른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명분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순히 통제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상위권은 아니지만 미국은 자체로 매장량이 적지 않은데다 생산량으론 압도적인 세계 1위입니다. 미국은 2018년경부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원유 생산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 비중은 대략 15%선이며 NGL(Na.. 더보기
영화 <어쩔 수가 없다>와 ‘다크 팩토리’: 구직을 향한 광기 어린 질주 끝에 마주한 불 꺼진 공장의 묵시록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제목부터 체념과 강박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소설 『엑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구직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중산층 가장 만수(이병헌 분)의 폭주를 그립니다. 그러나 예민한 관객이라면 그의 살의보다도 더 서늘한 공장의 풍경에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숨결이 완전히 거세된 채 자동화한 공간,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연상시키는 묵시록적 결말에 강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로저 스미스의 ‘어둠’이 현실이 되기까지 ‘다크 팩토리’라는 개념은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시작은 1980년대 제너럴 모터스(GM)의 로저 스미스 회장이 꿈꿨던 ‘라이츠 아웃(Lights-out)’ 제조 .. 더보기
이란 수자원 위기 심층 분석: 강수량 96% 폭락과 800개 댐의 저주- 이란 혁명수비대는 어떻게 국가를 파산시켰나 이란이 시위격화로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경제난에 항의 시위가 격화하고 당국이 강경 진압으로 맞서면서 사망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날이 예측불허인 가운데 이란이 헤어나오기 힘든 역사의 격랑에 빠져든 건 분명해 보입니다. 노르웨이에 근거해 활동하는 이란인권단체(IHR)에 따르면 최근 시위로 700명 가까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미성년이 포함됐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관측통은 6000명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폐쇄 사회라 정확한 사망자 규모가 파악되지 않지만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시신이 쌓인 대형 창고 화면이 유통됐고, 이란 정부는 사상자 발생을 '도시 테러범'의 소행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미 조짐.. 더보기
자본주의가 피워낸 미완의 푸른 꽃, ESG 혹시 노발리스의 푸른 꽃(Die blaue Blume)>(1802)이라는 작품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독일 낭만주의를 상징하는 작품'이라는 멋진 수식어를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노발리스가 직접 붙인 제목은 이게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원래 제목은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엔(Heinrich von Ofterdingen)>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딴 다소 발음하기 어려운 제목이었답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푸른 꽃'이 됐을까요? 범인은 바로 동료 시인 하이네였습니다. 그가 평론에서 "이 작품 곳곳에서 푸른 꽃이 반짝이고 향기가 난다"라고 극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원래 제목보다 부제인 '푸른 꽃'이 훨씬 유명해졌고, 결국 독일 낭만주의 전체를 상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