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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SG 딥다이브

해수면 상승 전망의 역사와 과학적 진실: 6미터 vs. 1미터

 

“그런데 10년 전쯤부터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해변이 사라진 것이었다. 모래 언덕에서 바다로 경사진 모래밭에는 가늘고 뾰족한 ‘오야’라는 풀이 자라고 있었는데,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라져버렸다. 밀물 때는 물이 모래 언덕의 기슭까지 밀고 들어왔다. 해변 북서쪽의 돌출부에는 아름다운 별장이 있었는데 이곳도 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인은 집을 팔고 싶어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누구라도 그 땅의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고, 실패할 것이 뻔한 부동산에 돈을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작은 어선들이 이곳을 떠났고 항구는 활기를 잃어갔다. 때마다 부두에 늘어서 있던 스무 척 정도의 트롤 어선은 겨우 두세 척만 남았다. 분명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뇌의 역습, 인간은 왜 지구 파괴를 멈추지 못하는가-뇌과학이 밝히는 기후위기 가속의 메커니즘』

(세바스티앙 볼레 지음, 전광철 옮김, 착한책가게)

 

최근 번역 출간된 도서에서 본 내용입니다. ‘프랑스 신경학회 뇌과학도서 대상을 받은 책입니다. 선조체를 중심으로 풀어난 얘기가 재미 있었고, 서문의 부동산 얘기는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기후위기 관련하여 강의하거나 할 때 끝나고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의외이지만 가끔 나오던 주제였습니다. “어디를 팔고 어디를 사야 할까요?” 그런 질문에 저라고 정확히 알겠습니까만 대충은 짐작할 수 있지요.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명확합니다. 주지하듯,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그리고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다만 2100년까지 얼마나 해수면 상승할지에 관해선 아직 다양한 추정치가 혼란스럽게 인용되고 있는 듯해서 해수면 상승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법 오랫동안 ‘2100 6미터 상승설이 통용되었고, 지금도 ‘6미터를 얘기하기도 합니다. 언론보도에서는 2006년 중앙일간지와 2015년 방송국 기사에서도 ‘6미터 상승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6년 3월엔 《사이언스(Science)》지에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조나단 오버펙(Jonathan Overpeck) 교수팀의 논문("Paleoclimatic Evidence for Future Ice-Sheet Instability and Rapid Sea-Level Rise")이 게재되며 관련한 보도가 봇물을 이루었습니다. 파급 효과가 큰 논문이었습니다. 전수 조사가 아니라 보도에서 6미터설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6미터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효과는 있으나, 현재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데이터와는 괴리가 있습니다. IPCC 2100년까지 최대 약 1미터 상승을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6미터 해수면 상승 예측은 허위인가요? 반은 허위, 반은 진실입니다. 즉 2100년을 기준으로 하면 틀렸지만, 전체 맥락으론 사실에 가깝습니다.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이 논의를 통해 현재의 과학적 합의는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에 위치한 푸나푸티 환초는 평균 해발고도가 약 2미터에 불과하다. 약 6,000명이 푸나푸티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투발루 전체 인구의 약 60%에 해당한다. 이들은 해수면 상승, 해안 침식, 높은 만조 그리고 기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자료: 국제앰네스티(AI 보정)

 

1.     ‘6미터는 어디에서 비롯했는가?

 

. 고기후(Paleoclimate)의 기록과 구체적 지질학적 증거

과거 지구의 해수면 기록은 단순한 추정치가 아니라, 전 세계 해안과 심해에 각인된 명확한 '지구의 지문'을 토대로 합니다.

 

  • 13만 년 전(마지막 간빙기, 에미안기): 지구 기온이 현재보다 약 1~2℃ 높았을 때 지구의 평균 해수면은 지금보다 6~9미터 높았습니다.
  • 3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중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와 비슷( 400ppm)했던 시기로, 해수면은 지금보다 10~25미터 높았습니다.

2.     과거는 높았는데, 2100년 해수면 상승 추정치는 1미터인가?

 

"과거에 1℃만 높았을 때도 6미터나 올랐다면, 왜 지금은 해수면이 급상승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들 법합니다. 기후 시스템의 열적 관성(Thermal Inertia)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    평형 상태 vs. 과도기: 과거의 기록은 수천 년 그 기온이 유지되며 빙하가 완전히 녹아 안정화한 최종 결과값입니다. 현재는 산업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불과 150년 만에 급격히 올랐습니다. 거대한 빙하가 그 온도에 반응해 무너지는 데는 물리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    얼음의 거대한 무게: 남극과 그린란드의 얼음은 두께가 수 킬로미터입니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에도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순식간에 녹지 않듯, 지구의 빙상도 2100년이라는 짧은 시한 안에 모두 붕괴하기는 어렵습니다.

 

3.     IPCC 보고서로 본 해수면 전망의 역사

 

IPCC는 수천 명 과학자의 연구를 종합하여 전망치를 수정해 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빙하 붕괴 모델이 정교해지며 예측 범위가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발행 연도) 2100년 예상 상승 폭 주요 특징
4차 보고서 (AR4, 2007) 18~59cm 빙상 역학(얼음의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과소평가 비판을 받음.
5차 보고서 (AR5, 2013) 26~98cm 빙하 용융 모델을 강화하여 전망치의 하한과 상한을 모두 높임.
6차 보고서 (AR6, 2021) 28~101cm 현재의 유권 해석. 탄소 배출이 극심할 상황에서 1미터 수준으로 예측.

 

현실적 비관론: NDC 실패와 3 ℃  이상의 세계 

현재 각국이 약속한 탄소 감축 목표(NDC)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2100년 지구 온도는 3.0~ 3.5까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기온 상승폭) 2100년 예상 상승 범위 비고
NDC 완벽 이행 ( 2.6℃) 44~76 cm 가장 낙관적인 '현재 정책' 경로
정책 이행 실패 (3.0~3.6) 55~90 cm 현실적 비관론 (위험 지역 확대)
고탄소 경로 (4.4℃) 63~101 cm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

※ '임계점(Tipping Point)'의 위협: 만약 남극의 거대 빙벽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남극 해양 빙벽 불안정성'이 현실화한다면, 가능성은 낮지만 2100년 해수면이 최대 2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4.     2100년 그 이후: 6미터는 언제 현실이 되는가?

 

2100년까지 6미터 상승은 오해일지 모르나, 6미터 상승 자체는 피할 수 없는 미래의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과학계의 장기 시뮬레이션은 다음과 같은 전망치를 내어놓습니다.

 

가.   6미터 도달 시점 시뮬레이션: IPCC 6차 보고서(AR6)와 주요 기후 모델은 2100년 이후의 장기 전망을 다음과 같이 예측합니다.

 

2300( 300년 후): 온난화가 3℃ 이상 지속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해수면은 2~7미터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이르면 2300년대에 6미터에 도달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파리기후협정을 제대로 준수하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라도 2300년까지 0.5~3m 상승이 예상됩니다.

2500 ( 500년 후): 지속적인 온난화 시 해수면은 10미터 이상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는 6미터라는 수치가 이미 과거의 기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   결국은 그 정도까지 오른다

 

우리가 현재 올린 기온은 수천 년에 걸쳐 해수면을 끌어올리는 '확약(Commitment)'입니다.

  • 1.5도 상승 고착 시: 향후 2,000년 내에 해수면은 2~3미터 상승.
  • 2.0 상승 고착 시: 향후 2,000년 내에 해수면은 2~6미터 상승.
  • , 현재의 2.6~3 경로는 향후 수천 년 내에 6미터를 훌쩍 넘는 해수면 상승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입니다.

 

5.     사회경제적 파국: 잠재적 위험 인구 10억 명

 

단순히 물에 잠기는 땅의 면적보다 무서운 것은 인류 거주 환경의 근본적 붕괴입니다.

침수 면적: 해수면 1미터 상승 시, 지구 전체 육지의 약 1.5~2%가 직접 침수됩니다. 인류 경제 활동의 80% 이상이 집중된 연안 대도시를 포함합니다.

기후 난민과 국가의 소멸: 몰디브, 투발루 등 도서 국가의 소멸과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저지대 국가의 대규모 인구 이동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6.     해수면 상승의 두 가지 핵심 원인 

 

해수면을 높이는 물리적 기제는 사실상 열팽창과 육지 빙상의 바다 유입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됩니다.

 

해수의 열팽창 (Thermal Expansion):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지난 수십 년 해수면 상승의 약 1/3~1/2을 차지한 가장 꾸준한 요인입니다.

육빙(Land Ice)의 바다 유입: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 그리고 산악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남극 해양 빙벽 불안정성' 2100년 이후의 해수면 상승 속도를 결정짓는 가장 무서운 변수입니다.

 

 

7.     갈 길은 멀지만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해안 침수는 인류 문명에 직격탄이 됩니다. 교과서에 배운 임해산업단지를 기억해 봅시다. 물류 등의 이유로 전 세계 주요 제철소, 석유화학 단지, 발전소는 대부분 연안 저지대에 위치합니다. 임해산업단지가 2100년엔 더는 그곳에서 못 버틴다는 얘기입니다.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하면 직접 침수뿐 아니라, 지하수 염수화로 인한 산업 용수 오염과 냉각 시스템 마비 등 수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많게는 10억 명이 재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에겐 두 갈래의 길을 함께 걸어야 합니다.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입니다.

 

감축(탄소 중립): 상승 속도를 늦춰 인프라를 이전하거나 방어벽을 쌓을 '시간'을 버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입니다.

적응(인프라 재설계):

-방어(Protect): 네덜란드식 거대 방조제 건설.

-조정(Accommodate): 건물의 내침수성 강화 및 부유식 설비 도입.

-전략적 퇴각(Managed Retreat): 더 이상 방어가 불가능한 지역의 인프라를 계획적으로 내륙으로 이전(일부 연안 자산의 매각과 이전은 이미 실질적인 위험 관리 영역에 진입함)

 

2.6℃ 목표 달성(세계 모든 나라가 파리협약에 따라 약속한 목표를 모두 달성)마저 회의적인 현재, 인류는 1미터라는 '마지노선'마저 위태로운 경로를 걷고 있습니다. 6미터라는 수치가 2100년의 즉각적인 현실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지금 배출하는 탄소는 2300년에서 2500년 사이 후손이 마주할 6미터의 해수면을 '확정'짓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할 1미터의 현실도 사실상 디스토피아의 도래입니다. 산업 문명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시급합니다

 

글쓴이 안치용

아주대학교 융합ESG학과 특임교수이자 ESG비즈니스리뷰 발행인, ESG연구소장입니다. 인사조직 및 CSR을 전공한 경영학 박사로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차관급)을 역임하며 공공 거버넌스 정책 수립에 참여하였습니다. 경향신문에 기자로 22년 재직했으며 그중 10년가량을 사회책임 전문기자로 글로벌 ESG 트렌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카이스트(KAIST) 대우교수, 경희대 경영대학 및 한국외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등으로 후학을 양성하며 학술적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현재 국가기술표준원 ESG전문위원회 위원, ISO 53001 심사원(보) 등으로 활동하며 국제 표준에 기반한 실무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정책, 실무를 융합한 독보적인 분석으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확산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